지난 12월 1일 오전 6시 20분. 부평구 청천동에 위치한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2명이 8미터 상공의 정문 아치 위로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이 추운 겨울 불법파견 중단과 정규직화 실시를 외치며, 바람막이도 없고 앉아 있기도 비좁은 공간에서 24시간 농성을 한 지 보름을 넘기고 있는 그들은 왜 이래야만 했던 것일까? 

1300일의 긴 싸움을 하고 있는 해고노동자들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문제는 2007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일을 하고도 받는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이었다. 아파도 연차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다리가 다쳐 기브스를 하고도 일해야 했으며, 화장실 갈 틈도 없이 돌아가는 라인에서 숨조차 돌리기 힘들었다. 노동자들의 처우는 노동자 스스로 개선해야 했다. 때문에 자신을 대변해 줄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러나 사측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했고, 파견업체는 문을 닫았다. 해고당한 노동자들은 복직을 요구하며 GM대우자동차 앞에 천막을 쳤다. 그 천막에서 이제 네 번째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복직하기 위해 그동안 안 해본 일이 없다. 1300여일 동안 CCTV철탑 고공농성을 하고, 한강대교를 올라가고, 마포대교를 뛰어내렸지만 GM대우자동차 측에서는 눈 깜짝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1300일을 넘긴 긴 싸움 끝에 결국 GM대우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은 이제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절박한 심정으로 공장 정문에 세워둔 아치 위로 올라갔다.

지난 12월 4일에는 아치 고공 농성자들에게 음식을 올려주려는 찰라 용역 직원들이 나타나 긴 ‘낫’을 들고 음식물을 올려주려는 밧줄을 끊으려 하자, 농성자들이 사측과 경찰들에게 항의를 했지만 소용 없었다. 새벽이 되면 영하로 떨어지는 기온에 아치 위에 있는 두 명의 노동자는 찬바람을 맞으며 새우잠을 자고 있다.

‘비정규직’은 말 그대로 정규직에 속하지 않는 파트타이머, 계약직, 일용직, 임시직, 원청업체가 인력 파견회사나 하청업체를 통해 노동자를 고용하는 간접고용 등의 고용 형태를 뜻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크게 늘어난 비정규직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비정규보호법’을 시행하고 있으나 실제는 정규직에 비해서 열악한 대우(최저임금제에서 정한 금액과 큰 차이가 없는 임금, 휴식시간이 거의 없는 지나친 업무강도 등)와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불안고용, 원청업체가 하청업체를 통해 노동자를 고용하는 간접고용의 경우 노동운동을 이유로 하청업체가 직장의 문을 닫아버림으로써 사실상 노동자를 해직시키는 부당해고 등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전체 노동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800만 명이 비정규직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전체 노동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800만 명에 이른다. 대형마트 노동자, 식당 아줌마, 고객서비스 상담원, 청소 아줌마, 경비원, 운전기사, 전기수리 기사, 학원 강사, 학습지 교사, 골프 캐디, 편의점과 주유소 같은 곳의 청소년 아르바이트생 등 비정규 노동형태는 이제 우리 주변에 넘쳐나고 확대되고 있다.

또한 2년의 비정규직 고용기간이 설정되어 있지만 실제 노동자들의 근속기간은 6~10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비정규직의 고통은 확대되고, 근로계약기간은 지속적으로 짧아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문제와 노동환경 문제는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지역에서는 ‘대우자동차 비정규직 투쟁승리를 위한 인천지역 대책위원회'가 마련되었으며, 지난 12월 9일에는 천주교인천교구 노동사목 주최로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을 위한 생명평화미사‘를 진행했다. 이날 미사에는 금속노조 GM대우자동차비정규직지회 신현창 지회장의 조끼가 봉헌됐고, 미사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위로가 많이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목수의 아들로, 가장 가난한 신분으로 우리에게 오신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는 이때에, 우리 역시 현재 가장 힘들게 싸우고 있는 GM대우자동차 해고 노동자와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힘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대림시기를 보내는 우리의 몫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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