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신학연구소 줌 세미나

“시노달리타스는 오늘날 성령의 목소리를 함께 경청하고 식별하며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교회가 되는 길이다.” - 교종 프란치스코

우리신학연구소가 25일 우리함께 줌세미나를 열고,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2회기 준비 현황과 한국천주교회 시노달리타스 전망'에 대해 이야기했다.

경동현 연구실장(우리신학연구소)은 직접 참여해 온 의정부교구 시노달리타스 교구 경청 과정을 소개하고, 지난해 10월 폐막한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1회기 의안집과 종합보고서 내용을 통해 올해 2회기 준비, 한국 교회의 시노달리타스 적응과 정착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경 실장은 역사적으로 주교시노드는 기존 공의회가 전 세계 모든 주교의 회의체라는 특성상 소집과 운영에 현실적 어려움이 많아, 작은 공의회로 불리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가 설립되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그동안 설립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기도 했다. 특히 1998년 열린 아시아 주교 특별 시노드를 보면,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한 교회보다는 다종교 사회인 아시아의 다양한 신학적 목소리를 단속하려는, 오히려 시노드 교회와 거리를 둔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종이 소집한 이번 16차 세계주교시노드는 이전까지의 흐름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출발했을 것이라며 그는 “이전과 달라야 할 시노드 정신 실현이 한국 교회에서 과연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실제로 현장의 목소리와 시노달리타스를 다루는 언론 기사를 보면 많은 신자가 시노달리타스에 대해 모르고 있거나, 1회기 폐막으로 이미 끝난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어 그는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소극적 반응은 과거 교구별 시노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며, “시노드 뒤에 교회 안에 변화가 없었다는 경험으로 회의적인 분위기다. 서구 교회는 특히 사제 권한 남용, 성직자 중심주의와 성 학대 문제 등에 대한 위기 대응 차원에서 시노달리타스를 하나의 사목 원리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주 다른 온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 25일 우리신학연구소 우리함께 줌세미나에서 경동현 연구실장이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여정과 시노달리타스 전망'을 발제했다. (사진 제공 = 우리신학연구소)
지난 25일 우리신학연구소 우리함께 줌세미나에서 경동현 연구실장이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여정과 시노달리타스 전망'을 발제했다. (사진 제공 = 우리신학연구소)

경동현 실장은 한국 교회 구성원들이 시노달리타스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회의적으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 2022년 12월 나온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한국교회 단계 종합 자료집'을 인용해 주교회의가 해 온 역할을 분석, 평가했다.

그는 주교회의조차 시노달리타스의 구체적 실현과 실천 방안, 시노드 대응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것을 지적하고, “그동안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주교회의의 언급은 공동합의성을 시노달리타스로 변경하는 것이 유일했으며, 2회기를 앞둔 이번 춘계 총회에서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예비문서와 편람 등 공식 문서를 번역, 전달하는 역할은 비교적 충실했지만, 교구별 시노달리타스 모임 구성은 행정 차원에 그쳤으며, 처음 경험하는 ‘경청’ 과정의 고민과 아이디어를 나누는 기회는 없었다"고 했다.

각 교구, 본당(성당), 조직에서 경청 모임, 시노달리타스팀을 운영(16개 교구 중 12개에서 구성)하면서 가장 많은 어려움으로 꼽힌 것은 '소통과 협력'이었다. 소통과 협력을 위한 시노드 준비 모임에서 가장 원칙적이고 핵심 가치가 없는 셈이다.

경 실장은 “개별 교구의 직권자로서 주교들의 역할이 강조됐고, 주교회의에서 주교들에 대한 양성과 도움을 제공하라는 권고가 있었으나 실제로 이뤄진 것은 없다”며, “이는 한국 주교회의가 이번 주교시노드를 전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하고 실천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 결여된 것에서 비롯된다”고 봤다.

그는 올해 10월 2일부터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2회기는 1회기 종합보고서를 바탕으로 이를 성찰하고 심화, 발전시키기 위한 보편 교회의 논의가 될 것이라며, “지난 3월 14일 시노드 연구그룹에서 논의할 연구 주제 10가지에서 제도적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더불어 시노달리타스는 영성으로 살아야 하는 것임을 기억하고, 시노달리타스의 중요성을 체험한 이들과 함께 시노달리타스가 교회의 희망일 수 있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주교시노드 과정표 2021-2024년. (자료 제공 = 한국천주교주교회의)<br>
세계주교시노드 과정표 2021-2024년. (자료 제공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한편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2회기 정기총회는 10월 2-27일 진행한다. 2회기 의안집은 8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2회기 준비와 관련해 1회기 수렴 내용 중에서 교회 전체와 교종청 부서의 협력을 통해 고려할 내용을 심층 연구하는 ‘연구 그룹’을 구성하기로 했으며, 지난 3월 14일 연구 그룹에서 논의할 10가지 주제를 선정, 발표했다.

<10가지 주제> 

△동방 가톨릭교회, 라틴 교회와의 관계 △가난한 이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기 △디지털 환경에서의 선교 △선교하는 교회의 시노드 관점에서 바라본 ‘사제 양성 기본 지침’ 개정 △성직 형태에 대한 신학적, 교회법적 문제 △선교하는 교회와 시노드적 관점에서 주교와 수도자, 각 교회 단체 관련 문서 개정 △시노드적 관점에서 바라본 주교의 역할과 주교 선출 방법 △시노드 관점에서 본 교종의 역할 △논란이 되는 교리, 사목, 윤리적 문제 식별을 위한 신학적 기준과 시노드 방법론 △실천적으로 교회 일치 운동의 열매를 수용하는 방법

 

3월 9일 의정부교구 평협 대의원 연수에서 시노달리타스 본당 모임을 실습하고 있는 참가자들. ©경동현 기자<br>
3월 9일 의정부교구 평협 대의원 연수에서 시노달리타스 본당 모임을 실습하고 있는 참가자들. ©경동현 기자

이어진 토론에는 노주현 연구원(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 초빙연구원)과 엄재중 연구원(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이 참여했다.

먼저 노주현 연구원은 한국 교회가 그동안 경청 모임을 통해 소통과 참여 체험을 했지만 과제를 제출하는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성과보다는 교회 구성원들이 모두 경청과 대화, 식별 과정에 참여하면서 문화를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교회 변화와 쇄신을 지향하는 단체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해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공론화의 장을 만들고 교회 현안과 주제를 성찰, 토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주교회의뿐 아니라 각 단위의 논의가 사무국에 직접 의견 제출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시노달리타스의 불꽃을 살리는 역사적 쇄신의 전환기에 구조를 넘어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다른 지역 교회의 국제단체와 연계도 필요하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에서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살아가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종이 '복음의 기쁨'부터 일관되게 추진한 것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교회 쇄신이다. 두려움 없이, 용기 있게, 과감하고 창의적으로 실천하자는 호소”라고 말했다.

엄재중 연구원은 지난해 1회기 준비 기간보다 이번 2회기로 접어들면서 한국 교회의 호응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사실이라고 진단하고, “이번 2회기에서 중요한 것은 확산과 심화다. 심화하기 위해 전문가 그룹의 더 많은 참여, 구체적 실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현재 전문가 모임 구성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2회기를 위한 논의 주제 가운데 주교회의 안건은 교종직 쇄신, 교종대사 활동의 평가 방식, 주교회의의 단체성 실현, 교구 간 장벽 낮추기와 한국 사회 선익을 위한 주교회의의 구현 등을 포함한다.

엄 연구원은 특히 “주교회의가 하느님 백성 전체 목소리를 듣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와 관련해, “경청과 결정의 구조 안에 평신도와 수도자가 일정 비율로 참여하는 것에 대해 직무적 권한이 낮아진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 교회의 시노드 과정, 결과 수용이라는 순환 안에서 과연 전체 교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현재 구조 안에서 어떻게 경청 구조를 새롭게 마련할 것인가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지금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교회관이나 신학적 감각으로 이해하고 흡수하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면서, “물론 불변의 지점은 있다. 그러나 정해 놓았던 틀을 벗어나면 신학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시노달리타스 실현 면에서)위험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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