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22명 강제 출국시킨 사건

이 글은 <가톨릭평론> 43호(2024년 봄)에 실린 글입니다. - 편집자

예견되었던 외국인 유학생 인권침해 사건

2023년 12월 12일 <한겨레> 단독보도로 11월 27일 한신대학교가 우즈베키스탄 국적 어학당 유학생 22명을 강제로 출국시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신대 학부 재학생인 나는 이후 학내에서 사건 대응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 글을 통해 어떻게 이러한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생각과 언론보도 이후 사건과 관련해 현재까지 발생한 학내외의 일을 전하고자 한다.

학령인구가 끝없이 줄어들고 대학들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라는 말이 나온 지도 한참이 지났다. 그러나 온 사회가 뒤집어질 만큼 요란한 소멸 경고에 비하면 대학이 폐교한다는 소식은 그리 자주 들리는 편은 아니다. 국내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대학들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며 학생 수와 재정을 충당해 왔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학에, 특히 서울 바깥 사립대학에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이제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었다.

이는 대학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 사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주노동자를 유치해 제조업, 농업, 어업, 축산업에 부족한 노동력을 충원해 왔다. 그러나 현재 이주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과도한 노동 강도에 시달 리고, 사업장 이전의 자유도 보장받지 못하며, 인종차별과 성폭력 등 다양한 폭력에 노출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 한국 사회는 인구감소 시대에 노동력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이주민을 노동자로 유치하려고 한다. 우리 사회 속 이주민의 자리는 새로운 이웃이자 공동체 구성원이 아니다. 한국 사회가 허락한 그들의 역할은 노동력 충당을 위한 도구적 역할일 뿐이다.

사회가 이주노동자를 노동력 충당을 위한 도구로 보듯이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을 대학 재정 유지를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 바라본다. 생각해 보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대학 재정을 위해 유치한 외국인 유학생 대부분은 열악하고 폭력적인 환경과 저임금으로 내몰리는 이주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비서구권, 비영어권, 제3세계, 개발도상국, 한국말이 능숙지 않은, 한국 사회가 받아들이지 않는 문화를 가진, 어쩌면 사회가 혐오하는 종교를 가진,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계 학생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신대학교는 학기 중이었던 작년 11월 27일,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어학당 유학생 22명을 강제로 출국시켰다. 이러한 사실은 최초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세상에 알려졌고, 학교는 그제야 해명에 나서기 시작했다.

사건의 간략한 전말은 이러하다. 그간 한신대는 한국어학당을 운영하며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 왔고, 작년 2학기(하반기)에도 마찬가지로 외국인 유학생을 모집했다. 이를 위해 비자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행정상 실수로 인해 한신대는 일부 국가 유학생의 경우 일정 기간 계좌에 일정 금액 이상을 예치해야 비자 발급이 가능하다는 조건(잔고 증명서)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 뒤늦게 이를 알아챈 학교는 유학생들의 비자가 갱신되지 않으면 이 학생들의 신원이 불법 체류자로 바뀌고, 이는 다음 학기에 유학생 유치를 하지 못할 수도 있는 페널티 사유가 되기 때문에 그전에 학생들을 강제 출국시킨 것이다.

일부 국가의 유학생에게만 잔고증명서를 요구하는 제도 자체가 차별적 시선을 전제한다는 것부터 문제지만, 국가 제도의 문제는 잠시 제쳐 두고서라도 나에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방식으로 강제 출국을 떠올리고 행동에 옮기기까지 할 수 있었냐는 것이다.

강제 출국 사건 당일 학교는 해당 학생들에게 “외국인등록증 수령을 위해 출입국사무소로 가야 한다”는 말로 학생들을 버스에 태웠다. 그러고는 “지금 출입국사무소를 가게 되면 여러분들은 감옥에 가게 된다”라는 말로 학생들을 협박하고 다시 우즈베키스탄으로 가야 한다며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사설 경비업체를 동원해 학생들의 핸드폰을 강제로 수거했다. 공항 도착 이후에도 학교는 학생들을 감시하기 위해 사설 경비업체 직원들을 출국장까지 동행하게 해 학생 22명을 미리 끊어놓은 비행기표를 통해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 출국시켰다.

2023년 11월 27일에 한신대가 자의로 우즈베키스탄 국적 유학생 22명을 강제 출국시킨 일을 '한겨레' 단독보도에서 시작해 이후 여러 언론사에서 잇달아 보도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TV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우리는 이주민을 받아들일 자격이 있는가

사람들을 강제로 출국시킨다, 이를 위해 거짓말로 버스에 태운다, 거부하지 못하도록 감옥에 간다는 거짓말로 협박한다, 외부 연락을 막기 위해 경비업체를 동원해 핸드폰을 빼앗는다, 도망칠 경우를 대비하여 경비업체를 붙여 출국장까지 사람들을 감시한다.

하나같이 상상하기도 믿기도 어려운 일이다. 만일 같은 상황에서 학생들이 중앙아시아 출신 유학생이 아닌 한국인이었다면 이러한 발상이 가능했을까? 어떻게 같은 학생들에게, 같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할 수 있는가. 학교에 유학생들은 학내 구성원이 아닌 돈벌이 수단이고, 이를 위한 관리 대상이었을 뿐이다.

사건이 알려진 이후 학교는 유학생을 담당하는 국제교류원 원장 명의로 해명문을 발표했다. 내용은 학교가 외국인 유학생을 얼마나 차별적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그리고 이주민 혐오를 이용해 책임을 면 피하고자 했는지를 알려 줬다. "문제적인 학생들이었다",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강압과 폭력은 없었다", "언론 보도에 잘못된 내용들이 있다" 등 제대로 된 사과 하나 없이 이주민 혐오에 편승한 책임회피만 가득한 글이다. 이후 추가 보도를 통해 사건 내용이 더 밝혀지고 학내외에서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그때야 학교는 총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진상규명과 피해자 회복을 약속하는 사과문이었지만 정확히 어떤 책임이 있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는 말하지 않은 두루뭉술한 말들뿐이다.

이외에도 언론보도 직후 학내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있었다. 보도 직후 나는 학생모임을 제안하고 사건에 대한 규탄 대자보를 준비해 연서명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부터 갑자기 연서명에 자신의 이름을 빼 달라는 학우들의 연락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지 걱정스럽고 당황했는데, 친구들이 내게 강의 시간에 몇몇 교수가 이번 사건에 대해 말한다고 전해 줬다. 친구들이 전해 준 내용은 이랬다. “이번 사건은 언론이 잘못 보도한 것이고, 학교는 유학생들을 위해 이런 선택을 한 것이다. 그 유학생들은 원래 한국에서 범법행위를 저질러 왔고, 그렇기 때문에 쫓겨날 만한 사람들이다. 학업 태도도 매우 불량해 퇴학조치를 취했어야 하나, 출국을 통해 학교가 이들을 배려해 준 것이 다. 현재 어떤 학생이 학교를 규탄하는 연서명을 받는다고 하는데, 여기에 함부로 동참하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거짓말과 혐오가 학교를 떠들썩하게 했다. 다행히도 이후 추가적인 언론 보도를 통해 사실관계가 확인되었으며, 학교 측에 명백한 책임이 있음이 밝혀져 이러한 소문은 잠잠해졌다. 그러나 학교는 이 소문 을 방치해 두며 피해 당사자들을 2차가해에서 보호하지 않았고, 여전히 이 소문의 출처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신대 강성영 총장은 진상규명과 피해 회복,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로부터 약 두 달 가까이 되는 시간이 흐른 지금, 학교는 학생, 직원 등 학내 주체들을 배제한 채 단독적으로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있 다. 학내 공동체의 구성원이 참여하지 못한, 진행 상황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조사 과정을 통해 정의로운 사건 해결과 진상규명, 재발 방지가 될 것이라 기대할 수는 없다.

이주민을 그저 모자란 인구를 충당하기 위해 유치한다는 기획이 한국 사회에 계속되는 한, 이번 사건은 분명 또 다른 모습으로 반복될 것이다. 이주민이 비닐하우스에서 얼어 죽는 사회는, 보호소에 감금되어 고문당하는 사회는, 학교에서 강제로 쫓겨나며 혐오의 시선을 받는 사회는 이주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맞서고 차별적인 법과 제도를 바꿔내는 것이 이주민에 대한 폭력의 굴레를 멈출 방법이다. 한신대학교에서도, 우리 사회 전체에서도.

문성웅

한신대학교 재학생이자 녹색당에서 활동하는 기후활동가. ‘한신대 유학생 강제 출국 대응 학생모임’을 제안하고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