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는 예수를 더 잘 알게 해줘.. 종교적 배타성은 폭력 불러와

미국 유니언 신학교의 폴 니터(Paul F. Knitter, 71) 교수가 지난 2010년 12월 31일 방한해 대구 동화사와 부산 범어사 등을 돌며 대담과 강연을 나누고, 2011년 1월 5일 서울 양천구 신정6동의 조계종 국제선센터 내 금차선원(今此禪院)에서 '가슴을 열어 빛을 보다'라는 주제로 종교 간 대화 나눔을 열었다.

폴 니터는 가톨릭교회의 사제 출신이지만 스스로 ‘불자-그리스도인’(Buddhist Christian)이라 부르는 데, 저서 <오직 예수 이름으로만?>(1985)을 통해 세계적인 신학자로 알려졌으며, 2010년에는 <Without Buddha I Could Not Be A Christian>(부처 없이 나는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었다>라는 책을 써서 화제를 낳기도 했던 인물이다. 그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가톨릭교회 밖에도 진리와 선이 있고, 모든 그리스도인은 다른 종교인들과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고 선언하며 개방적 태도를 유지해 왔다.

진보-보수 그리스도인 사이에 대화가 선행되어야

▲ 폴 니터 교수

5일 열린 대화에서 폴 니터는 먼저 "한국 그리스도인들이 봉은사와 동화사 등 사찰에서 최근에 저지른 무례함에 대해 잘못을 청한다"고 "과연 부처와 예수는 서로 이방인이 될 것인지 친구가 될 것인지 이야기해 보자"고 운을 떼었다. 이어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불교-개신교 간 사태는 "그리스도교만이 유일한 참된 종교라는 그리스도인들의 확신과 관련된 것"으로 "불교든 그리스도교든 유대교든 종교적 진리에 배타적 우월적 주장을 하면 반드시 폭력과 연결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토론을 맡은 김경재 박사(전 한신대 교수)는 한국 개신교인들이 불교에 배타적이며 공격적인 데 다른 책임은 99%가 그리스도인의 책임이고 1%가 불교 책임이라고 말하면서, 개신교의 축자영감설에 기초한 성경 문자주의와 근본주의 태도를 비판하고, "성경을 문자적으로 절대시하는 올가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개신교 일부 지도자들이 자기 교회를 더 크게 강하게 키우려는 태도를 비판했다. 김 박사는 "제한된 종교시장에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상대 종교를 가치 없다고 악선전하고 있다"며, "종교적 권력욕과 명예욕, 큰 종교왕국을 이루려는 욕망 때문에 타종교를 부정적으로 가르치는" 목회자들의 문제점을 짚었다. 한편, 불교 역시 "정법을 가르치지 않고 왕족과 부자들을 위해 불사를 일으키는 호국불교가 뿌려놓은 업 때문에" 못 배운 개신교인들에게 공격당한다고 보았다.

한편 이정배 교수(감신대)는 최근 사태를 "개신교인들이 정권을 잡은 것"과 연관시켜, 개신교인들은 성시화 운동 등 연장선에서 정권을 잡은 김에 정당도 만들고 제 종교를 과시하고 싶어하며, 결국 불교에 대한 "과격하고 무례한 행동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교인이 주축이 된 정권의 무례함도 더불어 짚어주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폴 니터 교수는 "불교와 그리스도인 사이의 대화도 중요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진보적이고 열린 그리스도인들이 보수적 근본주의적 그리스도인과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처는 예수를 더 깊이 알게 해준다

그리스도교와 불교가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공동기반을 찾아가는 토론에서 수불 스님(불교신문사 사장)은 "부처와 예수의 가르침을 동시에 들을 기회가 생긴 데 감사한다"며 "종교끼리 대화를 나누지 않고, 오히려 사회에서 먼저 종교인들에게 대화 나누라고 말하는 형국"을 안타까워했다.

길희성 교수(서강대 명예교수)는 "예수와 부처는 당시의 종교전통과 세속적 가치에서 자유로운 분들이었으며, 이 때문에 죽으신 분들"이라고 소개하고, 자신이 쓴 <보살예수>라는 책을 언급하며, "아시아 사람으로서 주체적인 신학을 하면서,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이나 메시아로 부르면 우리 개념이 아니라 납득하기 어렵고, 우리 전통 속에서는 예수를 보살로 소개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정배 교수는 다석 유영모의 사상을 소개하며, "유영모에게 견성성불과 고행은 하느님-예수-성령과 아무런 무리 없이 교차되는 개념으로 쓰였다. 우리는 예수라는 구속자 없이는 구원받을 수 없다고만 생각하는데, 유영모는 예수의 그리스도됨은 제 뜻 버려 하느님 따라가는 데 있다고 했다"며 하느님 안에서 대화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에 미산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역시 "하느님이 법신불(진리)이라면, 예수는 구원을 발원하신 분이므로 화신불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폴 니터 교수는 자신의 경험 속에서 예수와 부처는 둘 다 근원적인 분이며, "부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내가 어떻게 예수를 만나고 따를지 알게 해준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수는 아내처럼 매우 독특하고 대체할 수 없는 관계이지만, 부처는 많은 친구 가운데 가장 가까운 친구로 예수와 나의 관계를 깊게 해주는 분"이라고 말했다.

▲ 정현경 교수는 마무리 발언에서 열 명의 참석자 중에서 자신 한 명만 여성이라는 점을 들며, 이 자리에 여성이 절반은 차지해야 종교의 평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며 '여러 종교의 가부장주의'를 지적했다. (사진/ 한상봉 기자)

수행(깨달음)과 자비행(사회적 구원)은 동시에 추구해야 

다음 평화를 위한 종교인들의 소통과 대화에 관한 주제를 다루면서, 폴 니터 교수는 "불자는 언제나 개인의 변화, 마음의 변화가 먼저 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틱낫한 스님 말씀대로 평화를 만들려면 우리가 먼저 평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적 변화를 위해 참여하려면 얼마나 더 수행해야 하는가?" 물었다. 이어 "나는 71세인데, 너무 오래 기다릴 수 없다.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했는데…."하며, 개인의 탐욕과 사회구조적 탐욕의 관계에 대해, 불교의 입장처럼 "개인의 탐욕을 없애면 자연스럽게 사회적 탐욕도 없어진다는 입장이 맞는지" 물었다.

이에 답변에 나선 미산 스님은 "한국불교가 수행과 깨달음을 우선시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불교 교리에 따르면, 자비의 실현과 지혜의 완성은 같이 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승불교에서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이란 모토가 있는데, 상위 개념은 깨달음이고, 사회구조를 바꾸는 자비행은 하위개념이라는 관념을 지니기에, 현대사회에 적절치 않다"고 말하며, "깨달은 만큼 자비심이 나와야 온전한 깨달음"이리고 말했다. 이어 "우리 시대에는 좌구보리 우화중생(左求菩提 右化衆生)으로 말을 바꾸어 수행과 자비행이 수직적 상하개념이 아니라 수평적 좌우개념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언어가 바뀌어야 사고가 바뀌고, 그래야 행동이 바뀐다는 것이다.

한편 김경재 박사는 "고승들이 깨달음을 얻고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말하는 태도는 그리스도교의 신부나 목사들의 영적 교만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언짢다"며, "선방에서 용맹정진하는 스님들을 존경하지만, 그럴 기회도 없이 노동하고 땀 흘리는 중생들이 있어서 좌선이 가능하다는 것을 한순간이라도 잃어버리는 선승은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정현경 교수(미국 유니언 대)는 신학자 한스 큉의 말을 인용하며 "종교 간 평화 없이는 세계평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이 9·11사태 후 테러리스트를 대하는 태도를 들어, 힘 있는 자들이 평화를 깨고 있다고 말했다. 강한 자들은 약한 자를 테러리스트로 만들어, 자기와 다른 자로 타자화, 따돌리면서, 그들을 결국 악마로 매도해 없애려고 한다고 말한다. 이 상황에서 평화를 만들려면, 자신과 다른 이들을 따돌리기 전에 이해하고, 악마화시키지 않고 친구로 만들며, 공존 상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대사회의 문제를 탐ㆍ진ㆍ치 세 가지 개념으로 설명하며 "우리 시대의 탐욕은 자본주의"이며, "우리 시대의 미움은 군사주의"이고, "우리 시대의 어리석음은 권력에 복종하는 언론과 진리를 가르치지 않고 체제순응적 인간을 만드는 대학"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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