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재파병 동의안 국방위 통과, 집속탄 수출국 유지

 

▲ 한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을 추진하는 가운데, 2월 20일 6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가 서울역에서 '반전평화 행동의 날'을 열었다.

3년 전 "다시는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하지 않겠다"던 정부가 약속 뒤집기가 특기인 양 다시 재파병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반전평화연대(준)', '경계를넘어' 등 69개 단체로 구성된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가 2월 20일 오후 3시 서울역에서 정부가 재파병 추진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국민의 생명이 달린 중요한 일을 국민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고 재파병 안을 추진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반전평화연대(준) 공동간사인 김덕엽 연석회의 기획팀장은 "정부가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하는 공청회를 무시하더니, 어제(19일) 재파병 안을 통과시킨 국방위 회의는 방청마저도 막아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했다"며 "무엇 때문에 국민에게 설명도 없이 우리의 젊은이들을 패권전쟁의 들러리로 세우느냐"고 정부를 비판했다.

한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미 테러 대상 국가로 지목받고 있다. 지난 2007년 윤장호 하사가 바그람 미 공군기지 앞에서 테러 공격으로 숨졌고, 선교차 아프간에 파견된 샘물교회 신도들이 탈레반 세력에 납치돼 2명이 목숨을 잃은 바 있다. 집회에 참석한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국회의원은 "국회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파병을 통과시키려 한다"며 이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지역재건팀(PRT)이 전투와 무관하게 재건을 지원하는 평화로운 활동을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탈레반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와 비전투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연석회의는 "지역재건팀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국제안보지원군(ISAF)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팀 안에 민간인이 포함돼 있지만 어디까지나 군의 지휘 하에 움직인다"고 밝힌다. 이미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지역재건팀도 점령군 일부로 여긴다는 것이다. 2005년 파르완주(州)에서는 이 때문에 지역재건팀이 마을 주민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 대학생나눔문화의 활동가들이 '거짓국익보다 인간성입니다'란 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여했다.

한편, 한국은 비인도적 무기로 알려진 집속탄을 생산, 수출하고 있다. 집속탄은 넓은 지역에서 다수의 인명 살상을 목적으로 하는 대표적인 대인 살상용 산탄 형 폭탄이다. 공중에서 터지면서 집속탄 내부에 있는 수백 개의 소폭탄(子폭탄)을 반경 수백 미터(축구장의 2~3배 넓이)에 걸쳐 분산시켜 떨어뜨리기 때문에 악명이 높다. 이날 집회에서는 '무기제로팀'이라는 단체에서 '집속탄금지협약에 찬성하면 건너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건널목 캠페인을 벌였다.

국제사회에서는 집속탄이 무차별 살상을 불러오기 때문에 집속탄을 금지하기로 했다. 2008년 12월에 '집속탄금지협약(CCM, Convention on Cluster Munitions)'을 채택하고 조인식을 열었다. 조인식에서만 100여 개 국가가 서명에 동참했고, 15개월 만에 30개국이 비준하여 CCM은 6개월 후인 2010년 8월부터 발효된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 등 주요 집속탄 생산국이 협정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 캠페인을 벌이는 활동가에게 한 시민이 집속탄에 대해서 물어보고 있다. "한국에서 이런 무기도 만드느냐"며 놀라워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무기제로팀의 염창근 회원은 "2010년 8월 1일부터 집속탄금지협약이 발효되면 국제법으로서의 효력을 갖는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 러시아 등의 강대국에 편승해 협약 참여를 미루고 있다"며 하루빨리 생명을 담보로 한 무기장사를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속탄금지협약은 집속탄의 사용·생산·비축·이전을 전면 금지하고 비축분을 폐기하며 피해자 지원과 불발탄 제거에 나서야 한다는 법적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 이날 건널목 캠페인을 벌인 '무기제로팀'은 살상과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무기 문제를 제기하고 무기산업ㆍ무기거래를 하는 한국 기업과 정부의 국방정책을 감시하고 금지하기 위해 활동하는 모임이라고 밝히고 있다. (http://withoutwar.org/warprofit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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