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로서 연대하는 선교 해야"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에서 매달 여는 월례포럼이 10월 26일 서울 서대문구 한백교회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아시아의 빈곤 한국교회의 과제’라는 주제로 우리신학연구소와 공동주최 형식으로 진행했다.

통계로 보는 필리핀의 빈곤 문제

도시빈민 문제 활동가인 벨린다 하반(Belinda D. Haban)은 다양한 통계수치로 필리핀의 빈곤 문제를 설명했다.

▲벨린다 하반(Belinda D. Haban), 도시빈민 문제 활동가
전 인구의 32.9%인 2,760만 명이 빈곤층에 속하고, 그 중 1,220만 명은 하루 3끼 식사를 다 채우지 못하는 절대 빈곤층에 해당한다. 한국의 1천 원이면 다섯 명의 식구가 1킬로의 쌀과 통조림 그리고 라면 2봉지로 식사를 할 수 있지만, 그마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에 100명이 입학했다고 가정했을 경우, 대학을 졸업하고 일정한 자격증을 취득 후 직장을 가지는 사람은 1명에 불과하다. 한국에서는 한 가정당 교육비를 얼마나 지급하는 지 통계 내지만 필리핀에서 교육비를 지급할 수 있는 가정은 4.2%밖에 되지 않는다.

예방접종만 하면 살 수 있는데도 그렇지 못해서 죽어가는 5살 이하의 아이들이 하루 3만 명에 달하고. 하루 11명의 산모가 아이를 낳다가 죽는다. 벨린다는 “보수적 가톨릭과 법적 규제로 출산계획이나 피임에 대한 홍보가 이뤄지지 않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의료지원과 교육 등의 활동으로 빈민들과 함께하는 활동가들이 있다.

조토의 빈민 의료지원 활동

▲로산 텐차베스 바돈(Rosan Tenchaves-Badon), 빈민 의료지원 의사
빈민 의료지원을 펼치는 로산 텐차베스 바돈(Rosan Tenchaves-Badon)은 “가난한 이들은 병원에 가면 자신이 받는 월급의 5분의 1을 내야 한다”며 “우리가 운영하는 조토의 보건소는 보통 의료기관의 5분의 1만 받지만 그것도 없어서 못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조토에서는 병원에 가기 전에 먼저 들리는 1차 진료기관의 성격을 가지고 여러 상담 활동들을 한다.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많아서 에이즈 예방이나 에이즈에 걸렸을 때 대처법 등을 상담하고, 남편의 아내 폭력에 대한 상담, 출산과 관련한 교육을 한다.

로산은 “이들은 평생 거의 병원을 가지 않아서 아이를 산부인과에서 낳는 것도 불안해하고 경비도 1백만 원 정도가 들어가 굉장한 부담”이라며 “조토에서는 7, 8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료기관과의 차이점으로 로산은 환자의 권리 보장을 강조한다. “의사가 환자를 다정하게 치료하는 것과는 다르고, 환자의 인권을 지켜준다”며 “비밀보장이라든지, 환자의 알 권리 등을 지켜준다”고 말했다.

빈곤에 대한 정부와 교회의 역할

▲다니엘 프란시스코(Daniel N. Francisco) 목사
필리핀에서 목회를 하는 다니엘 프란시스코(Daniel N. Francisco)는 빈곤 문제에 대해 정부와 교회의 역할을 강조한다.

다니엘은 “경제라는 게 얼마나 많이 버느냐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잘 분배하느냐도 중요한데, 필리핀 정부는 이 부분에 굉장히 약하다”며 “사회적으로 정당한 부의 재분배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26일 필리핀에는 태풍 켓사나(Ketsana)가 덮쳤다. 다니엘은 “이런 일이 벌어지면 여러 나라에서 구호물자와 돈이 들어오고 국가의 부채도 일정 정도 탕감된다. 그러나 정작 피해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적고, 정부에게만 여유가 돌아간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다니엘은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목사로서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는데, 교회가 기도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적극적인 선교 정책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니엘은 “우리가 그들을 도와줘야지 하는 걸 넘어서야 한다. 특정 지역에 대해서 교회가 연구조사부터 제대로 하고, 거기서 교회가 담당할 수 있는 게 뭔지 추출해내고, 교인들이 시혜의 차원이 아니라, 주민의 자치 조직을 만들어내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차원까지 자극하고 돕는 것이 교회의 적합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친구로서 연대하는 선교

▲한경균 선교사
필리핀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한경균 선교사 역시 다니엘의 지적에 동의하며 한국 선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 선교사는 “한국 선교는 비전문가들이 열정만을 갖고 깊은 연구 없이 선교에 돌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때 사고가 자주 나고,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연구를 깊게 하고 선교하는 때도 “돈과 힘으로 선교하려는 경우를 자주 본다”며 “자기 만족적인 선교활동이 정말 선교지역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줬는지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 선교사는 친구의 자세를 가지고 연대하는 선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선교사는 “물적 자원보다는 경험적, 영적 자원을 나눠줘야 한다”며 “돈과 힘의 선교는 잘못하면 그들을 침략했던 서구열강의 얼굴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복되는 한국 기업의 인권 탄압

▲이상준 한국희망재단 이사
국제협력단체인 한국희망재단 이상준 이사는 한국의 발전전략이 아시아의 빈곤 현실에 책임이 있음을 지적했다. ‘수출주도 성장우선’의 특징을 지닌 한국의 경제발전전략이 동남아시아에 그대로 이전되면서 한국에서 드러났던 문제점들이 그대로 반복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재벌들은 권력에 정치자금을 대고 특혜를 받았다. 이상준 이사는 버마(미얀마)에서 ‘대우인터내셔널’의 사례를 들며 문제점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인권단체들은 ‘대우인터내셔널’이 군사정권과 유착해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인권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06년 12월 7일에는 언론을 통해 버마 정권에 불법적인 무기수출을 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상준 이사는 “말레이시아의 삼성전자는 정부와 유착해 노동조합의 결성 시도를 무력화시켰고, ‘속도경영’을 자랑하던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수빅만 조선소 건설 과정에서는 2006년부터 2008년 7월까지 12명이 산재사고로 숨졌다”며 한국 기업들이 동남아에서 벌이는 인권, 노동탄압을 비판했다.

필리핀에서 10년간 사역을 해왔다는 한 선교사가 “원조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바뀌지 않으면 구조가 바뀌지 않고 아무런 현실도 바뀌지 않음을 느꼈다”고 말하자, 다니엘은 “결국에 가난을 탈출하려면 빈곤의 원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야 하는 지를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나온다고 본다”며 “아직도 필리핀이 희망적인 것은 아래로부터 변화시키려는 교회 지도자나, 자치지도자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자신의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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