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진압시 안전 조치 없어..무리한 강제진압
-재판부, 전철연 회원 명예회복과 배상을 정부에 요구

▲이날 국민법정은 박연철 변호사등 9명의 재판부를 중심으로 기소인측과 변호인측의 입장을 듣고 45명의 배심원들이 평결을 내리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는 검찰의 태도로 지지부진한 용산참사 관련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18일  오후 1시부터  서울 명동성당 가톨릭회관에서 '용산철거민 사망사건 국민법정'(국민법정)이 열려 김석기 전 경찰청장 등 용산참사와 관련해 국민법정에 기소된 피고인들이 배심원들에 의해 전부 유죄평결을 받았다.   

가톨릭 회관 7층 강당에 마련된 국민법정에는 용산참사 유가족들을 비롯해 시민들이 방청석에 가득찼으며, 법정 규모가 작아서 미처 법정 안에 들어올 수 없었던 방청객들을 위해 회관 1층 강당에 스크린을 설치하고 재판과정을 시청할 수 있도록 배려되었다. 이날 본 방청석은 160석이었으며, 1층 강당에 참석한 이들까지 800여 명의 시민들이 재판을 지켜봤다.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은 지난 1월20일 용산4구역 철거민들이 재개발 사업으로 인한 생존권 박탈에 항의하고 '임대상가와 임시상가'의 보장을 요구하려고 남일당 건물 옥상에 망루를 세웠다가 경찰의 강제진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서 5명의 철거민과 경찰 1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그동안 검찰은 강제진압에 동원된 철거용역들을 불구속시키고, 경찰에 대해 무혐의 처리한 데 반해, 농성에 참여한 철거민들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죄로 기소했다. 이번에 개최된 국민법정은 그동안 진행된 부당한 재판에 항의하며 국민참여재판형식으로 모의재판을 시도한 것이다. 이미 신문광고를 통해 배심원을 모집해서 250명의 신청자 중 무작위로 45명의 배심원이 선정되었다. 이에 강경선 국민법정준비위원장은 "대의민주주의 아래서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의사에 부응하지 못하고, 경찰과 검찰, 재판부 등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함에 따라서 국민이 직접 용산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민법정은 공권력이 저지른 범죄를 정부가 적절히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권을 지키기 위해 나선 국민들의 자발적인 법정이다. 법적 효력은 없지만 향후 용산 재판에 영향을 미칠수 있기를 준비위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번 국민법정에선 박연철 변호사(전 대한변협 인권이사)를 재판장으로 홍세화(언론인), 한도숙(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등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9명의 국민판사가 심리를 담당했다. 기소대리인은 이호중 교수(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와 윤지영 변호사, 최은아, 호연, 미류 등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이 나섰다.

피고인으로는 김석기(당시서울지방경찰청장), 김수정(당시 서울지방경찰청 차장), 신두호(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장), 이송범(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경비부장), 백동산(당시 용산경찰서장, 박삼복(당시 서울지방경찰청 차장 직속 경찰특공대장), 이명박(대통령)이며, 이들 피고인들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이재정 변호사와 박주민 변호사가 피고변호인으로 나섰다.

이밖에 오세훈 서울시장, 용산 재개발조합과 시공사․철거용역업체 대표 등도 강제퇴거 등의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법정을 열기에 앞서, 이 자리에 참석한 전종훈 신부는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자들이 회개할 때까지 기도를 멈추지 않겠다"고 말하며 "용산참사는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천박한 인식과 과잉충성하는 이들이 저지른 일이며, 참새를 잡는데 대포를 쏘는 격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공권력의 초강력 진압은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며, 대통령 역시 무대응으로 일관해서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이번 법정이 "정권의 헌법파괴 상황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는 공론의 장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전종훈 신부는 용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식기도 중이다. 

한편 이호중 교수의 기소발언으로 시작된 법정에서는 경찰의 강경진압과 검찰의 진실은폐, 정부의 사주 등 3가지를 중심으로 경찰의 범죄사실을 밝히면서 재판부가 10개월 이상 끌어온 용산참사 문제의 책임을 경찰과 정부에 물어줄 것을 요구했다.

기소대리인 윤지영 변호사 역시 경찰청의 경비분야 인권교육교재 등을 증거자료로 제출하며 "시설점거 농성의 경우, 농성자의 위치, 저항 등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도록 하고 있다"며 경찰이 무리한 진압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정삼례 씨등 기소대리인측 증인은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경찰이 적군을 소탕하듯이 철거민들을 대했다. 그 과정에서 억울하게 다섯 분이 돌아가셨다. 경찰은 조합과 건설사, 자본의 편만 들고 있으며 철거민만 심판대에 올려놓았다. 이제라도 정의가 이 나라에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정 변호사 등 피고변호인측은 "망자들에게 애도를 표한다"면서도 특수상황임을 강조하며 "경찰측도 소중한 동료를 잃었다. 그 누구도 우리 동료가 죽어도 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법적으로는 고의가 없다"며 기소인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배심원들이 재판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이날 국민법정 결과 배심원단은 김 전 서울청장을 비롯한 김수정 차장, 신두호 기동본부장, 이송범 경비부장, 백동산 용산경찰서장, 박삼복 서울경찰청 차장 직속 경찰특공대장 등에 대한 '공무원의 폭행.가혹행위 및 살인.상해' 혐의에 대해 유.무죄 각 44대 1, 42대 3명의 평결을 내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떼법 문화 청산'을 강조하고 재개발 정책을 밀어붙여, "상명하복관계에 있는 경찰공무원에게 강제진압을 부추긴 교사의 책임"(가혹행위, 살인 및 상해에 대한 교사)에 대해선 유죄 35명, 무죄 8명, 기권 2명으로 유죄 평결이 나왔다.

'경찰과 용역업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했다'며 '직무유기'로 기소된 당시 천성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과 정병두 특별수사본부장(제1차장), 조은석 특별수사본부 수사총괄(형사3부장) 등은 44대 1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배심원단은 정병두 특별수사본부장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서도 유죄 41, 무죄 2, 기권 2명의 평결을 냈다.

▲법정에 들어갈 수 없었던 시민들은 1층강당에서 재판과정을 지켜보았다.
특히 배심원단 전원은 수사기록 3천쪽 미공개와 관련, 천성관 전 서울검찰청장과 안상돈 서울검찰청 부장검사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증거은닉죄'를 인정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 박장규 용산구청장, 이춘우 용산4구역 조합장 등에 대한 '강제퇴거죄'에 대해서도 한 명을 제외한 전원이 유죄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에 대한 '강제진압 및 진실 은폐'에 대해 국가가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세입자의 재개발 지역 재정착과 재개발 기간 동안의 생존권 및 주거권 권리 인정을 정부 정책의 기본으로 정착시킬 것과 5명의 철거민 희생자와 전철연 회원들에 대해 명예회복과 배상을 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순천향대학교 병원에는 장례식에 대한 협조를 주문했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평결을 발표하고, 구체적 판결문은 빠른 시일 내에 작성하기로 했다. 국민법정 준비위는 오는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판결문을 공식 발표하고 정부·국회 등에 발송할 예정이다. 

이날 재판을 지켜본 박봉자(로사리아, 70)씨는 "용산사태를 경험하면서 5.18 광주학살 이후로 정부가 또 사람을 죽이는구나 생각했다. 과거사를 모두 묻어버리려는 이명박 정부 아래서 용산문제마저 진실이 밝혀지지 않으니 참담한 심경뿐"이라고 했다. 또한 전안례(아녜스, 52)씨는 "사건 당일 동영상을 다시 보면서 가슴이 아파 눈물이 쏟아졌다. 전문가이며 경험이 많다는 경찰이 무조건 물포만 쏘라고 외치는 장면이 안타깝다. 철거민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 이번 국민법정 결과가 용산재판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다시금 용산참사를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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