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중에 들이닥친 용역들, '평화의 집' 철거..
-문정현 신부 등 옷 찢기고 부상..

고 노무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리는 5월 29일 당일 아침, 국민의 애도와 슬픔에도 아랑곳없이 용산 제 4구역에는 새벽 7시 15분경 80여 명의 용역들이 경찰의 비호 속에 문정현 신부 등 사제들이 머물고 있는 '평화의 집'이 들어서 있는 건축물에 대한 명도집행을 강행했다.

당시 이강서 신부(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빈민위원회 위원장)는 이른 아침, 영결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몇몇 철거민들과 함께 마지막 길을 가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한 추도미사를 하고 있었다. 용역은 명도집행 고지도 없이 미사에 참석하려는 이들을 가로막고, 미사가 진행중인데도 그 집에 난입해 집기를 들어내기 시작했다. 이에 이강서 신부가 용역에게 강력히 항의하였고, 나중에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문정현 신부를 가로막고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문정현 신부가 부상을 당했으나 주변에 있던 경찰은 보호요청에도 불구하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경찰 수사과장은 오히려 "용역들의 명도집행은 공무집행"이라고 답변했다. 

이를 두고, 이강서 신부는 "이번 명도집행은 기획적이고 전략적인 행위이며 반인륜적인 패악"이라면서 "사법권과 경찰권이 기득권자들의 앞잡이임을 선언하고 공표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신부는 "이런 정부와 경찰의 태도는 용산4구역에는 인간은 없고 이윤의 장애물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기득권자들의 재산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고, 억울한 죽음이나 장례에는 무관심하다"고 표현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경찰은 타인의 불행을 아파하고 함께 슬퍼할 수 있는 기본적 인간의 심성을 무시한 사법권을 남용하고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우와 도리, 인격을 팔아치우겠다는 것을 장엄하게 선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권력의 명령이 도덕질서의 요구나 인간의 기본권, 또는 복음의 가르침에 위배될 때, 국민들은 양심에 비추어 그 명령에 따르지 않을 의무가 있다"라는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를 들어 " 용산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인륜적이고 패륜적인 행위에 저항하고 저지하는 것은 양심에 따른 의무라고 환기시키며, 오늘 같은 날 명도집행을 강행한 조합과 용역, 이를 방조한 경찰과 정부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용산가족들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도미사를 기다리고 있다.

문정현신부가 오길 기다리며 연도와 말씀의 전례를 바치고 있었는데...

전대통령의 국민장이 치뤄지던 날이었건만, 용역들은 일부러 그 슬픈 날을 맞춰 아침 6시 40분에 나타나 주었다.

미사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추도미사를 하게 해달라고 외쳐보지만... 국민을 위한다는 공권력에게 외면당하며 미사를 봉헌하고자 하던 우리들은 국민도 인간의 존엄성도 없었다.

그들이 우리에게 준 것은 비웃음이었다. 미사를 드리던 이들... 지금 그 안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말한다. "이건 공무집행중입니다."
- 용역의 폭력이 공무집행? - 우리 국민이 폭력들에 노출되게 하는 것이 공무집행?

 

미사를 진행하던 이들에게 나가라고 소리치고...소리치고...항의하던 이강서신부의 목소리도 묻혀간다...

안경도 날아가고, 그들은 저 분이 누군지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 아니,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는 - 길에 노인을, 그것도 노신부님을 그리 하지 않을 것이다.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 안의 철거는 계속 되고...

그 모습을 보며 문신부가 피를 토할 지경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들은, 그들도 무거우리라... 오늘은 노무현대통령의 영결식이다. 이 순간, 인간 안의 양심은 어느 누구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으리라...

그 미사 공간으로 들어가고자 그들의 다리 사이로 기어 들어가던 문신부... 그렇게 배를 누르고 다리를 누르고 있다.

밖에서의 비명소리에 놀란 미사는 끊기고,

문신부를 향해 밖으로 달려가던 이강서신부도 용역에 의해 막혀 버렸다.

경찰들에게 외친다. "신부님을 살려주세요, 미사를 못해도 좋으니 신부님만 살려주세요..."

그들의 외면 - 그들도 이 순간 내 눈물에 눈맞추지는 못하는 것이리라...

 

저 유리에 비치는 그들의 단호한 모습들. 저 안에 추도미사의 유린을 슬퍼하는 것은 우리뿐인가...

항의를 위해 달려가던 문신부는 팔을 꺾이고,

그것을 향해 달려가던 이강서신부도 결국 옷이 찢기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이강서신부님가 부축을 받으며 결국 종교인의 방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집전되던 종교인의 방. 그동안 문정현 신부와 이강서 신부가 머물며 피정을 하고, 잠을 자던 그 방은 사라져 갔다.

깨끗하다... 남겨진 저 연도책은 왜 남겨 놓았을까? 그래도 노무현 대통령의 추도는 하고 싶은 이의 선물일까?

망연하다... 그 외에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문신부의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다친 곳을 또 다치고, 또 다치고...

종교도, 인권도 없는... 대통령의 추도도 없는... 그들의 인간벽은 너무 단단하다. 그들의 생명경시의 벽도 너무 높고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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